파란 하드

케케묵은 과거의 일이다. 하루는 연준에게 넌지시 물은 적이 있다. 확답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지랖 말기병이라 그렇기도 하고. 아무튼 더는 긴가민가 남의 일에 고민하며 밤잠 설치기 싫어진 갓 스물의 재규는 눈 뜨자마자 연준을 찾아갔다. 저기 연준아. 솔직하게 말해줘. 나 진짜 충격 안 받을게. 혹시 받더라도 넌 내 영원한 친구야 알지? 그래...

어떻게 알았냐고요? 이분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헐 대박!” 사건의 발단은 에타였다. 페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인스타 라이브일지도. 그래도 트위터가 아닌 건 좀 다행이다. 아무튼 최초의 제보자는 관종끼가 좀 돌아서 SNS 여기저기 찔러보고 다녔다. 그래서 사과대 구석구석 숨은 음침한 새끼들까지, 모르고 싶어도 다 알게 됐다. K대 사과대 공식 우당쿵탕이들이 또 뭔 짓을 하고 계신지. [ㅋㅋ ...

복수 좀 해보겠다고 금니 뽑고 손톱 뽑고 눈 밑에 점도 찍은 민소희씨 섭섭하게, 최수빈은 가끔 뒤통수로나 생사를 보고 했지 더는 눈 앞에 깔짝대지 않았다. 유령회원인지 뭔지 동방에도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 있던 놈들은 입에 납이라도 매단 모양인지 둘의 불꽃 튀는 신경전으로 한동안 시끌할 줄 알았던 사과대 캠퍼스는 새학기가 으레 그러하듯...

취좆

“안녕하세요.” 최수빈이다. 연준은 부싯돌 켜던 손을 멈췄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전에 그를 본 적이 있다든가 없다든가. 그런 과거의 잔재는 이 날카로운 직감에 낄 필요도 없었다. 짝다리 짚은 채 덜 자란 빡빡머리를 하고 저를 위 아래 거리낌 없이 훑는 과감한 눈빛은,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제 앞에 선 이 남자가 최수빈이라는 걸 경고했다. 엄한 사람...

선인장과 갯벌

할머니. 처음엔 파도 소린가 했다. 혹 죽음의 손짓인가 의심한 건 그 다음부터다. 조찬덕 여사는 잠을 뒤척였다. 세월을 이기지 못해 처질대로 처진 눈꺼풀이 힘겹게 뜨였다. 짠내 나는 바닷바람이 두들기다 지쳐 떠나는 창호문. 얇게 덧발린 창호지에 부딪혀 어리어리 번지는 가로등 빛. 고개를 돌려 빤히 쳐다보다 안에 들여 놓은 구두 주걱을 조용히 들었다. 할머니...

웹진 참가작

최연준은 한순간에 기독교의 이단아가 됐다. 본인이 원해서 선택한 종교는 아니나, 그래도 주기도문 및 사도신경과 붙어 지낸 정이 있어 나이 열 아홉 먹도록 기도 시간에 실눈 한 번 뜨지 않고 간절히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했는데 결과는 처참히 망했다. 천국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당신은 탈락입니다. 입사 지원 서류에 쾅, [FAILD] 도장이 찍혀 에이포 ...